[건강설계]잠 좀 잘 잤으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사기관에서 외상 없는 고문법으로 잠을 못 자게 하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인간이 계속 잠을 자지 못하면 죽는다. 생명체는 생명활동에 필요한 활동시간과 활동 후 다음 움직임을 위한 휴식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왜 잠을 못 자는 것일까. 인간에게는 양(陽)의 기운으로 움직이는 시간과 오후에서 밤으로 이어지는 음(陰)의 시간이 있다. 현대인은 과도한 일거리와 스트레스로 음의 시간인 오후에서 늦은 밤까지 불을 밝게 켜고 활동한다. 밤인데도 몸의 감각계를 흥분시켜 양의 모드를 지속하고 있다. 늦은 시간까지 과도한 흥분상태가 지속되면 잠을 자려고 누워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이런 상태가 장기간 계속되면 뇌의 수면 주기에 혼돈이 오고 멜라토닌과 같은 호르몬 분비에 이상을 초래하게 되어 장기적인 불면 모드로 돌입한다.

최근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가 갑자기 다른 종이 된 것도 아닌데 왜 이리 불면환자가 증가하고 있을까.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피로사회에 그 죄를 물어야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얼마 전 친구가 잠을 일주일째 못 잔다며 간단히 먹는 한약이 없느냐고 물어온 적이 있었다. 그에게 먼저 집에 일찍 들어가고 10시 이후에는 TV를 보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약한 간접조명만 켜둔 상태에서 40도 미만 온도의 물에 20분 정도 몸을 담그거나 아니면 발이라도 담근 뒤 재미 없는 책을 읽으면 십중 육칠은 좋아진다고 했다. 그런 뒤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계지가용골모려탕(桂枝加龍骨牡蠣湯)이라는 신경안정제를 일주일치 줬다. 계지는 계피를 만드는 계수나무의 잔가지를 자른 것으로 혈액 순환에 도움을 준다. 용골은 공룡 등 고대 동물들의 뼈가 화석화된 화석 가루이며, 모려는 굴껍질로 만든 것이다. 오래 먹어도 부작용은 거의 없다. 가벼운 불면증에는 잘 듣는 처방이다.

나중에 그 친구를 만났더니 거짓말처럼 잠을 잘 잤다는 것이다. 하지만 심각하게 지속된 불면증은 좀 더 장기간의 치료를 요한다. 우울증으로 오는 불면증은 우울증과 관련된 한약을 동시에 처방해야 한다. 수면 무호흡증이나 산소포화도가 떨어져서 오는 경우는 수술을 요하거나 산소압을 높여주는 양악기를 사용해야 호전되므로 심층적으로 진단해야 한다.

<손철훈 예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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