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사람]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윤지영 변호사…변호사 세계의 비주류 ‘공익 체질’

/이상훈 선임기자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은 법률에 따른 것입니다. 오히려 그렇게 정하는 방식을 문제 삼아 바꿔야 합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사용자에 유리하게 구성돼 있어 실제로는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이를 바꿔 평균임금의 몇 퍼센트라고 정하도록 하거나 생활임금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하는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에서 법률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윤지영 변호사는 최근 결정된 최저임금에 대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는 지난 3월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국내 300여개 단체가 모여 ‘최저임금 1만원’과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 폐기’ 등을 촉구해 왔다. 윤 변호사는 “비정규직과 최저임금은 동전의 앞뒤처럼 하나”라고 설명한다.

윤지영 변호사는 공익법재단 공감에 소속된 ‘공익 변호사’다. 공식적으로 그런 직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익 목적의 소송과 조언만 하기 때문이다.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참여도 공익활동의 하나다. 그가 속한 공감은 기부를 받아 운영되기 때문에 변호사 가운데 가장 적은 월급을 받는 축에 속한다. 대형로펌인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 등의 지원이 일부 있지만 재원의 90% 이상은 회원들의 소액기부에서 나온다.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한 윤 변호사는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유명 로펌에서 3년간 일하다가 공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전에 일하던 로펌도 사회활동에 적극적이고 좋은 곳이었지만, 본격적으로 공익적인 일을 하고 싶었어요. 집안에 부채가 조금 있었는데 어느 정도 해결이 돼서 공익 변호사로 나섰습니다.”

그가 주로 활동하는 분야는 외국인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 노동문제다. 노동문제 공익 변호사 세계에서도 비주류에 속한다. 표현의 자유, 여성, 대형 노조 등 법률적으로 쟁점이 많고 학문적 성격도 있어 그나마 인기가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여성, 성소수자, 환경 등에 관심이 많지만 노동문제에는 관심이 적은 게 일반적이에요.”

국내 변호사들은 대체로 넉넉한 환경에서 자란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시험 통과와 함께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면서 노동문제에 관심을 갖기 힘들다고들 법조계에서는 설명한다. “제가 특별히 깨어 있거나 희생정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넉넉지 않은 가정에서 자라서 이러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서 왠지 슬프기도 합니다(웃음).”

그는 사회의 수많은 문제가 노동문제로 귀결된다고 설명한다. “세월호 침몰 희생자 가운데 기간제 교사들은 순직도 보험도 인정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간제이든 정규직이든 교사로서 일이 차이가 없고, 학생들 입장에서는 누가 기간제인지 알지도 못합니다. 또 최저임금을 올리면 편의점 업주들은 문 닫을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편의점 비용의 상당 부분은 임대료와 가맹본부에 내는 로열티에서 발생합니다. 그런데도 시급이 모든 문제의 근원인 것처럼 말하고 있어요.”

주목! 이 사람

윤 변호사는 인터뷰를 하던 7월 16일 서울중앙지법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다녀왔다. 세월호 국민대책위의 1주기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래군·김혜진 공동위원장을 변호했다. 윤 변호사는 법정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법정에서는 몰랐는데, 나와서 보니 너무 부끄럽네요.” 이날 법원은 김씨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고, 박씨에 대한 영장은 발부했다.

<이범준 기자 seirot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