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 책]자연과 함께 순환, 그 시작은 똥

시골똥 서울똥

안철환 지음, 들녘 펴냄

핵심은 바로 발전이 아닌 순환이고, 획일화가 아닌 다양성입니다. 그리고 다양성은 종자의 다양성으로 완성될 수 있다는 겁니다.

지리산 실상사에 가 보셨나요. 절 한 편 ‘생태뒷간’도 들르셨겠네요. 재래식 화장실이라서 불편하시던가요. 볼 일을 마치고 쌀겨를 한 바가지 퍼다가 살살 뿌리는 일 잊지는 않으셨지요. 뒷간에 앉아 계실 때 나무판자 사이를 뚫어 놓은 공간이 주는 전망 어떻던가요. 그 좁은 전망 사이로 보이는 봉우리가 지리산 최상봉 천왕봉이랍니다.

재밌는 이름의 책이 한 권 나왔습니다. <시골똥 서울똥>(들녘)입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시골 쥐와 서울 쥐‘를 연상시키는 제목이지요. 저자 안철환에게 있어 똥은 곧 밥이요, 밥은 곧 똥입니다. “똥은 밥을 먹고 나온 더러운 찌꺼기이지만 다시 밥을 만드는 거름이 되니, 밥이 곧 똥이 되고 똥이 밥이 되는 순환의 한 고리다.” 저자는 똥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똥을 매개로 순환을 이야기합니다. “순환하지 않는 것은 생명이 없다. 사람 몸도 그렇고 땅도 그렇고 농사가 그렇다. 그래서 순환은 또한 창조이기도 하다.” 그렇습니다. 문제는 순환입니다. 순환의 단절입니다. “지구의 환경오염은 밥과 똥의 순환이 끊긴 데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하자면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인간 위주의 일방통행식으로 굳어지면서, 환경오염, 자연파괴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결국 똥 이야기가 한 권의 책이 됐습니다.

지구는 우주로부터 태양복사에너지를 받습니다. 그리고 우주를 향해 지구복사에너지를 내보냅니다. 이 순환이 끊기는 것이 지구온난화입니다. 적도에는 에너지가 넘치고, 극 지방에는 에너지가 부족합니다. 에너지를 골고루 순환시켜야만 되겠지요. 대기가 이 일을 담당합니다. 무역풍이니 편서풍이니 하는 바람입니다. 바닷물의 흐름도 순환의 흐름에 동참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적도 지방의 바닷물은 펄펄 끓어 고래가 익어버릴 수도 있겠지요. 한반도 주변 바다의 해류가 바뀌고 있고, 그래서 동해안 어부들이 생전 보지도 못한 물고기가 그물에 걸려 깜짝 놀라기도 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기도 합니다.

순환의 문제입니다. 지표면의 70%가량이 물입니다. 물론 그 물의 대부분은 바닷물입니다. 0.65%의 물만이 강물이나 지하수 혹은 빗물을 이루는 수증기입니다. 그 물을 잘 활용하기 위해 4대강 유역에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공사를 벌이겠다는 것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입니다. 지표면의 물은 태양에너지에 의해 증발되었다가 구름이 되어 봄·여름·가을에는 비라는 촉촉함으로, 겨울에는 눈이라는 따스함으로 다시 지표면으로 되돌아옵니다. 이런 순환을 통해 바다와 공기와 땅은 서로 물을 주고 받고 지구 전체로는 균형을 유지합니다. 이 균형의 과정이 바로 순환입니다. 순환이 깨지는 곳에 사막화가 있고, 황사가 있고, 홍수와 같은 대재앙이 있습니다. 탄소의 순환 또한 놓쳐서는 안 될 일입니다. 인류는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냅니다. 땅속에서는 석유나 석탄의 모습으로, 바닷물 속에서는 탄산이온의 모습 등으로 존재하면서 생태계를 순환하는 중요한 흐름입니다. 유기체로서의 지구를 가능하게 하는 순환의 한 모습입니다.

저자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모든 순환의 시작에 똥이 있습니다.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자연과 함께 순환하면서도 자연의 한계를 뛰어넘는 일, 똥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핵심은 바로 발전이 아닌 순환이고, 획일화가 아닌 다양성입니다. 그리고 다양성은 종자의 다양성으로 완성될 수 있다는 겁니다.

요즘 이 책

주류 생태학에 젖어 살아온 시각으로 저자의 논지를 받아들이기엔 기존의 똥에 대한 생각만큼이나 불편함은 있습니다. 논리적 근거도 일반적 통념을 뒤엎기엔 아직은 힘에 부쳐 보입니다. 그럼에도 똥을 통해 순환을 강조하는 저자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최재천<변호사> cjc4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