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쌓이는 ‘화’가 우울증 키운다

“주식으로 재산을 탕진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괴로운데, 한참 동생뻘인 젊은 손님들이 툭툭 내던지는 무례한 반말은 더욱 견디기 힘들어요.”

무역회사 부장으로 재직하다가 택시운전을 시작한 김철진씨(42)의 푸념이다. 김씨는 2년 전 대출금으로 주식에 손을 댔다가 빚을 진 뒤, 퇴직금으로 빚을 갚기 위해 퇴사했다. 그 후 식욕이 떨어져 몸이 마르고 기운과 의욕을 상실해, 감기에 걸리면 며칠씩 앓아 눕곤 한다.

우리 주변에는 사기, 부도, 권고사직, 주식 등으로 재산을 한순간에 날리거나,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다가 좌천돼 어찌할 줄 모르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것은 흔히 말하는 ‘화병’이다. 급박하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화병은 현대병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많다.

‘동의보감’에는 탈영(脫營)과 실정(失精)이라는 말로 ‘화’를 설명하고 있다. 탈영은 전에는 존귀한 위치였다가 후에는 하찮은 위치로 신분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말하고, 실정은 부자였다가 가난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탈영증과 실정증은 울화로 인한 정신적 문제로 몸의 저항력이 떨어져 여러 가지 병을 야기하는 것이 문제다. 우선 의욕을 상실해 만사가 귀찮아져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꺼린다. 식욕 또한 상실해 살이 빠지면서 기력이 떨어지고 정기가 없어져 눈빛이 흐려진다. 가끔은 아무 일도 없는데 온몸이 으스스해지면서 깜짝깜짝 놀라기도 한다. 이는 걱정 근심으로 혈(血)이 줄어들고 슬픔 때문에 기(氣)가 감소돼 겉으로는 나쁜 기운을 막아내지 못하고 속으로는 정기가 허탈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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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는 혼자 있기보다는 다른 사람과 교감을 통해 서로 감싸고 이해해 주면서 상실감과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선의 치료방법이다. 이와 함께 한방에서는 침이나 한약 등으로 치료를 돕는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식욕을 도와주는 인삼, 황기, 당귀, 오미자 등은 기혈의 부족과 심신의 허손을 보충해 주며, 배꼽 아래 기해혈에 주로 놓는 침은 기가 맺히고 쌓인 것을 풀어주는 데 효과적이다. 또 충분한 수면과 냉온욕, 마사지, 기체조 등도 ‘화’를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 (031-752-4315)

홍성관<대추밭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