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성공 키워드]선수정신(?)의 정수, 가수 알렉스

알렉스는 <우리 결혼했어요>를 통해 2008년 최고의 로맨틱가이로 떠올랐다. <경향신문>

로맨티스트는 천부적으로 타고나는 걸까. 알렉스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나쁜 남자’는 아닌데, 진정성은 없어 보이고, 앞에서는 좋지만 뒤돌아서면 마음에 담고 싶지는 않은 친절. 그 순간의 깜찍함에 미소는 짓지만 ‘누구에게나 주는 그 마음 받아서 뭐하려고’ 싶기도 하니, 찰나의 감동은 있으나 여운은 없다는 얘기.

속칭 선수와 로맨티스트는 일맥상통하는 매력이 있다. 부드러운 커피 휘핑처럼 입에 달근하게 달라붙는 알렉스 또한, 미안하게도 선수들만의 능숙함이 있다. 흙 속에서 캐낸 진주, 2008년이 캐낸 최고의 로맨틱가이 알렉스. <우리 결혼했어요>가 발견한 뜻밖의 수확은 무명에 가깝던 알렉스의 재발견일 것이다. 촉촉한 목소리로 세레나데를 불러주고, 제 여자의 발을 씻겨주는 남자가 나타나자, 여기저기서 알렉스 같은 남자 없냐고 아우성이다.

여자의 마음 읽기에 천부적
그윽한 눈빛으로 주시하다가도 “나만 믿고 따라와” 하며 저벅저벅 상황을 이끌어가는 카리스마가 소녀적인 감성을 하염없이 채워주었던 것일까. 로맨틱 가이의 매뉴얼과 같은 알렉스의 제스처에 결혼한 아줌마들까지 바가지를 긁어댔단다. 어느새 남편에게 공공의 적이 되어갔던 알렉스, 뭐가 문제였을까. 문제라면, 여자의 마음을 너무 잘 이해한다는 점.

사람이 지닌 가장 강력한 욕구 본능 중 하나가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인정 욕구’다. 가장 잘 이해해야 할 대상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할 때, 사람은 외로워진다.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지만, 불륜이나 외도의 시초는 ‘나를 더 이해해주는 상대와의 정서적 욕구’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알렉스는 상대의 마음 읽기는 물론이요, 의미 없이 던지는 무언의 대화까지 이해하려 드는 남자다. 실제, 지금까지 14명의 여자를 사귀어본 전력이 다 그 뛰어난 ‘이해능력’에서 나오는 게 아니냐며 알렉스가 ‘가상’이 아니라 실존하는 인물임을 강조하는 친구는 알렉스 때문에 부부싸움이 늘었다고 했다.

How에는 강하지만, What이나 Why에는 약할 것 같은 남자 알렉스. 어느 순간 나는 알렉스가 지루해졌다. 처음에는 ‘꺄악’ 안에서 신선했고, 두 번째는 ‘씨익’, 그리고 이젠 ‘피식’이다. 내 마음이야 초지일관 ‘꺄악’에 머물고 싶었지만, 필자가 너무 때가 묻은 탓인지 캐릭터 밖의 알렉스도 보이고 설정도 눈에 보인다.

톱스타 성공 키워드

섬세함에는 예민함이 동반되고, 감수성에는 감정 기복이 따르게 돼 있다. 실제의 알렉스는 ‘우결’의 알렉스와 많이 다르다고 한다. 부드러움과 섬세함.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케어받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타고난 서비스 정신. 로맨티스트의 정점을 보여준 알렉스의 부드러움에 딴지 걸 생각은 없었으나, 내가 누리고 싶은 절실함은 아니라는 거. 로맨틱가이로 주목은 받았으니,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진짜 멋진 노래’로 또 한 번 ‘꺄악’ 열풍을 이뤄주기를. 그리하여 그의 노래가 지친 일상의 해독제가 되길 바란다.

<남미영 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