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와 문화]아니 벌써? 또 신곡 발표

투애니원.

가수들의 활동이 휴식 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요즘 가요계의 특징 중 하나다. 휴식이 없다는 건 다음 앨범을 내놓는 준비 기간이 매우 짧다는 걸 의미한다. 빠르게 바뀌는 것을 선호하는 10대, 20대들도 몇 개월도 안 되어 금방 새 활동을 시작하는 가수들을 보며 ‘벌써 새 노래를 발표했나’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고 한다. 의상, 안무는 물론 장르까지 변신한 싱글을 2, 3개월 간격으로 계속 내놓는 것을 보면 사실 신기하기까지 하다.

아이들의 경우 이 현상은 특히 뚜렷하다. 빅뱅은 2006년 8월에 데뷔해 3년 가량 활동하는 동안 광고 음악과 OST 삽입곡을 제외하더라도 15개의 앨범을 내놓았다. 이 와중에 멤버들이 솔로 활동까지 병행했으니 음악을 ‘쏟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같은 YG 소속인 투애니원 역시 시작부터 빠른 속도로 음악을 내놓고 있다. 지난 3월 <롤리팝>을 내놓고 첫선을 보인 후로 5월에 <파이어>, 7월에 <아이 돈 케어>를 각각 내놓았다. 게다가 9월에는 <아이 돈 케어>의 레게 믹스 버전과 멤버인 산다라 박의 솔로 싱글까지 발표했다.

이것이 최근 들어 생겨난 현상임은 같은 아이들 그룹이지만 조금 앞서 데뷔한 더블에스501과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더블에스501은 2005년에 데뷔하여 2007년까지 2년이 지나는 동안 싱글 2장과 정규 앨범 한 장만을 내놓았다.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신곡과 앨범을 내놓는 것이 유행하는 이유는 대중의 음악 청취 습관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젠 풀 앨범 하나를 다 듣는 사람은 거의 없고, 이를 아는 제작자들도 이미 오래 전에 미니 앨범과 싱글 위주로 돌아섰다. 따라서 한 앨범 안에서 후속곡으로 활동하는 것보다는 작은 규모의 앨범을 빨리빨리 내놓아 매번 ‘컴백’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유리해진 것이다.

이것은 또한 아이들 그룹 간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기도 하다. 요즘 아이들 그룹은 ‘걸 그룹’, ‘중성 코드’, ‘일렉트로니카’ 등으로 쉽게 특징화될 수 있고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잠시라도 활동을 쉬게 되면 틈새를 노린 다른 비슷한 그룹에 의해 금방 대체되기 쉽다. 과열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인지 이젠 발라드 가수들도 발표 횟수는 늘리고 기간은 짧게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팬들 입장에서 보면 좋아하는 가수를 계속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내다볼 때 속도를 조금 늦출 필요가 있다. 앨범 사이의 공백은 단지 쉬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고 재충전과 새로운 것을 도모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이전의 활동하는 기간에 느낀 부족한 것들, 새로운 표현 욕구 등이 이 시기에 다듬어지고 단단해진다. 고인이 되어서도 우리를 열광시키고 있는 마이클 잭슨의 명반들은 그의 깐깐한 소(少)작 스타일로 평균 3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서 발표되었다.

시사와 문화

몇 달 간격으로 계속 무언가를 내놓아야 하는 요즘 가수들은 어쩌면 스스로가 소진되어 간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요즘 신인들이 데뷔 초부터 연기자 겸업을 선언하고 나서는 것도 어쩌면 이것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속도전에 의해 좌우되는 음악계 속에서 깊이 있고 오래가는 것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이대화<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