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누리꾼, “MB 촛불 꾸중 급 반성합니다”

‘급 반성’ 팻말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선 참여연대 김진욱 간사.

“급 반성. 그동안 촛불소녀도, 촛불유모차도, 촛불예비군도 잊고 살았습니다. 다시 기억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6월 2일 반드시 투표하겠습니다.” 한 남성의 ‘급 반성’ 1인 시위 사진이 누리꾼의 화제를 모았다. 사진 속 남자는 청계광장 소라탑,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한다. 청와대와 조선일보사 앞에서 사진도 있다.

이 남성의 ‘퍼포먼스’가 화제를 모은 까닭은 역시 전날에 있은 이명박 대통령의 촛불 발언 때문이다. 5월 11일 오전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촛불시위 2년이 지났다. 많은 억측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당시 참여한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 일간지가 취임 2주년을 맞아 집중 기획 형식으로 이를 재평가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말하는 일간지는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광우병 촛불 그 후 2년’이라는 기획기사를 냈다. 이 대통령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지만 조선일보는 역풍을 맞고 있다. 기획기사에 인용된 당사자들이 “정반대로 왜곡했다”며 집단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역풍을 맞고 있는 것은 조선일보만이 아니다. 이 대통령의 ‘촛불 반성’을 보도한 기사에는 5월 13일 현재 2만3794개의 댓글이 달려 있다. 댓글들이 지적하는 내용을 살펴보면 촛불시위 당시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반성했다는 이 대통령이 이제 와서 촛불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반성을 촉구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이 대통령의 발언을 보도한 기사가 ‘성지’로 누리꾼에게 회자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 19일 노컷뉴스가 보도한 “李대통령, ‘절대로 부정부패와 함께 갈 수 없다’”라는 기사도 이 대통령 발언과 관련한 대표적 성지다. 이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별다른 내용이 없다. 다만 제목과 본문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라는 내용만 달고 있다. 벌써 1년이 넘었건만 ‘ㅋㅋㅋ’ 댓글은 지난 5월 초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의 ‘의중’은 알아서 해석하시길.

‘급 반성’ 1인 시위 사진을 본 누리꾼은 ‘용자가 탄생했다’고 탄복했다. 도대체 이 1인 시위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몇몇 단서를 가지고 추적했다. 사진 속 주인공은 김진욱 참여연대 경제조세팀 간사(28)다. ‘아이디어’를 내고 사진을 찍은 이는 이 단체 시민참여팀의 정형기 간사(35). 정 간사는 “11일 국무회의 때 이 대통령의 발언 보도를 보고 화가 많이 났었다”라고 말했다. 그날 오후 회의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왔고, ‘행동계획’에 대한 이야기는 저녁 술자리에서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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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은 오전 11시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무상급식 기자회견장에서 시작됐다. 기자회견장 옆에 자리를 깔고 ‘급 반성’ 퍼포먼스를 시작한 것. 원래 다음 행동 장소는 조선일보사 앞이었다. 그러나 이 1인 시위는 조선일보사 측 직원들과의 승강이로 ‘급 좌절’했다. “절대로 조선일보 건물이 나와서는 안된다는 거였어요.” 다음 행동 장소인 광화문광장은 현재까지 ‘1인 시위 불가’ 지역이다. 그래서 이순신 동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돌아왔다. 누리꾼의 ‘반성’ 고해성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의 ‘꾸중’이 확실히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