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박근혜 결혼시키기 운동의 전말

박근혜 결혼시키기 운동을 펼치겠다고 주장한 포털 다음에 개설된 부부핵교 웹사이트

“국민적 어젠다로 떠오른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을 내놓으려면 자신이 먼저 결혼부터 하고 애라도 하나 낳아야 하지 않나?” 지난 3월 중순, 인터넷 커뮤니티를 달군 기사에 등장한 주장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을 겨냥한 거다. 그러니까 복지정책도 좋지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독신’인 박근혜 의원부터 먼저 모범을 보이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을 내놓은 이는 출산장려 시민운동단체 ‘부부핵교’의 황주성 대표. 누리꾼은 “박근혜 결혼시키기 운동을 무기한으로 벌이겠다”는 그의 주장보다 단체와 대표의 ‘정체’에 대해 더 큰 관심을 보였다. “부부면 부부지 부부핵교란 또 뭡니까?” (누리꾼 라곱순)

기자도 궁금했다. 일단 닥치고 웹검색. 부부핵교가 잡혔다. 한자로 ‘夫婦核校’다. 포털 다음에 개설된 카페다.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한 기사이건만, 웬걸 박근혜 결혼시키기와 관련한 논의는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이 카페의 한 카테고리로 ‘[특집] 박근혜… 결혼시켜요!’라는 항목은 만들어져 있는데, 정작 게시판도 생성되지 않았다. 게시판엔 “성교육 DVD가 혼수용품으로 불티나게 팔린다”는 기사가 올라 있다. 부부핵교는 10장으로 구성된 DVD를 약 45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어쨌든 부부핵교로 메일을 보내면 이 DVD의 안내서를 무료로 보내준다는 것이다. 부부가 금실이 좋으려면 부부 성교육도 필요하다…는 것이 이 단체의 취지. 가만, 이런 건 출산장려와는 조금 다른 범주가 아닐까.

좀 더 둘러보니 대표 황씨가 스크랩해놓은 기사들이 눈에 띄었다. 특정 뉴스통신사가 황씨의 기사를 집중적으로 다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에서 화제를 모았던 그 기사도 그 특정 뉴스통신사가 낸 기사다. 여기에 거의 이름도 듣기 어려웠던 군소 인터넷 매체가 황씨 주장 소개 기사를 집중적으로 다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들어서 황씨의 관심사가 ‘야동으로 출산을 장려한다’(?)는 출산장려운동인 것은 맞지만, 과거의 ‘홍보 포인트’는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과거 그는 ‘부부 면허시험’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관련 인증을 부여했던 것 같다. 유사한 계열의 아이디어로 ‘사장 면허시험’이라는 것도 있다. 남성들이 마시면 정력이 좋아진다는 ‘페니水’, 여성들이 다이어트를 할 때 마시는 ‘다이워터’라는 것도 있다. 특허를 받았다고 소개해놓았지만 뜯어놓고 보면 기능적인 내용을 특허받은 것이 아니라 상표명에 대한 특허출원을 했다는 소리다. 성인남녀의 생식기를 보호하는 섹스비누로 500개 일자리 창출? 점점 수상한 냄새가 난다. 이게 시민운동단체가 맞나.

확실히 이번 ‘박근혜 결혼시키기’ 마케팅은 성공한 것 같다. 홈페이지를 찾아온 사람들이 북적대는 것을 보면. 황 대표와 통화했다. “정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시민운동을 하려면 돈을 벌어야 하지 않습니까.” 비영리단체도 돈을 벌어야 자립할 수 있다는 다소 이상한 논리였다. 이제 시민운동도 네거티브가 아닌 포지티브 운동을 해야 한다… 등의 장황한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황 대표의 부부관계는 좋은지, 그래서 자녀는 몇이나 두고 계신지. 잠시 주저하던 황씨로부터 놀라운 답이 돌아왔다. “형편이 안 돼서 못했습니다. 이제 한번 찾아보려고요.” 총각이라고 하면 자신이 벌이는 출산장려운동의 진정성이 의심될까봐 언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니 45만원이나 되는 DVD 세트를 파는데 남는 게 없었던 걸까. “기자님도 아시다시피 먹고 사는 일 쉽지 안잖아요.” 말마따나 세상 사는 거 쉽지 않다. 반나절 만에 파악한 박근혜 결혼시키기 운동의 전말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언더그라운드. 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