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 김여사’는 4월 말 인터넷 주요 커뮤니티를 휩쓴 키워드다. 사건은 이렇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차량을 끌고 딸 마중을 나왔던 아주머니가 끔찍한 사고를 냈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또 다른 여학생을 차량으로 들이받은 것. 브레이크를 밟아 차량의 진행을 멈춰야 했겠지만 당황해 비명만 지르던 이 아주머니는 액셀러레이터를 밟았고, 그 여학생은 더 크게 다쳤다. 누리꾼의 ‘분노’를 산 건, 그 아주머니의 남편이 또 다른 유명 게시판에 유체이탈 화법(?)으로 이 사건의 보험처리에 대한 조언을 구하면서부터다. 경위는 확실하지 않지만 아주머니 차량의 블랙박스 녹화가 인터넷으로 유포되었고, 급기야는 언론보도를 거쳐 사건은 증폭됐다. 사고를 당한 학생의 안타까운 사연과 대비되는 남편의 태도에 대한 분노가 사태를 악화시킨 것. 이 사건은 현재 진행 중이다. 다친 학생의 쾌유를 빈다.
김여사 지름길’이라는 제목으로 널리 퍼진 사진. 운전자가 ‘여성’인지는 확실치 않다.
‘운동장 김여사’ 사건을 계기로 ‘김여사 유머’가 대대적으로 복기됐다. ‘김여사’ 유머가 인터넷에서 유통된 것은 2000년대 중반 정도로 기억된다. 크고 작은 사고들이나 실수를 일으키는 사람들 중 여성운전자가 많다는 ‘경험칙’에서 비롯된 별명이다. ‘평균적인 여성’이 공간지각능력이나 지도독해력이 ‘평균적인 남성’보다 떨어진다는 설명도 있다.
필자는 남성이다. 그런데도 그냥 웃어넘기기엔 뭔가 불편하다. ‘김여사 유머’의 뿌리는 “여자가 말이야, 솥뚜껑 운전이나 하지 뭐 하러 차 끌고 나와서”라고 하는 오래된 농담에 닿아 있다. 이건 성적 편견을 담고 있는 농담이다.
지난해쯤 ‘김여사 운전미숙은 사실?’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여성 운전자 사고율이 전국적으로 남성보다 높다는 것이다. 당시 보도는 보험개발원의 2009 회계연도 통계를 근거로 들었다. 보험가입자를 기준으로 여성사고율이 약 1% 정도 남성보다 높은 것이었다. 이 통계는 지금도 유효할까. 보험개발원에 문의해봤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보다 정확한 수치는 도로교통공단 시스템의 교통사고분석통계 자료를 참고하라”고 권했다. 가장 최신의 자료인 2010년도 자료를 확인했다. 그런데 웬걸, ‘보다 정확한’ 사고율 통계는 뒤집혀 있었다. 제1사고 당사자 성별 면허소지자 100명당 사고 발생 건수는 남성이 1.14건으로 여성의 0.36건에 비해 약 3.2배가 많았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명묘희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정책실 선임연구원은 “한국뿐 아니라 외국 통계에서도 일반적으로 사고는 남성이 많이 내는 것으로 나온다”며 “여성이 남성보다 운전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맞을 수도 있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여성운전자들이 안전운전을 해 위반도 잘 안 하고 사고도 덜 내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여사라는 농담은 왜 나오게 된 걸까. 명 연구원은 “한국의 운전문화 중 ‘걸리지만 않으면 과속이나 신호위반을 하더라도 빨리 갈수록 좋다’는 식의 바람직하지 않은 문화가 있다”며 “최근 여성운전자가 늘어나면서 기존의 바람직하지 않은 문화를 공유한 일부 남성운전자들이 답답해하며 공감대를 가진 게 김여사 유머가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김여사 유머, 마냥 웃을 일만은 아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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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