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버거 하루에 69개 한정판매.”
9월 하순, 루리웹 베스트 글에 올라온 한 매장 방문 후기에 있는 홍보간판 사진이다. 69개 한정판매라고 하지만 바로 옆에 실적을 공개하고 있다. “첫날 2개, 둘쨋날 8개 팔았어요.” 이건 웬 자학모드?
그런데 인상적인 것은 또 있다. 한 남자가 손가락을 빨고 있는 사진. 루리웹 유머게시판이나 디시인사이드 합성필수 갤러리, 아니 웬만한 대형 커뮤니티 게시판을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알 만한 인물이다. 이 코너에서도 2년 전 소개한 적이 있는 ‘빌리 형’, 전직 게이 포르노 배우 빌리 헤링턴의 사진이다.
루리웹
그리고 그 밑엔 얼굴을 찡그린 ‘빌리 형’ 사진이 연달아 붙어 있다. 실은 이건 진짜 ‘엽기’다. ‘존슨’은 서구권에서 남성 성기를 지칭하는 은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같은 의미로 쓴다. 그러니까 소시지 대신 ‘존슨’으로 만든 버거(사진을 보면 버거라기보다 영락없는 핫도그다)인 데다, 거기에 발라진 소스는 빌리 형이 싼 ‘그것’이다? 알고 보니 ‘69개 한정’이라는 것도 특정 코드가 숨어 있었다.
그런데 후기에 나와 있는 매장 내 풍경을 보면 이 가게, 장난이 아니다. 빌리 헤링턴의 다른 사진이 번듯하게 매장 내에 걸려 있다. 업그레이드 버전의 광고판을 보면 여기에 ‘고자라니’ 심영의 찡그린 얼굴이 추가돼 있다. 프랜차이즈 매장이다. 이렇게 해도 무사한 걸까.
조사해봤다. 가게는 양운식씨와 김태근씨가 동업하고 있다. 35살 동갑내기다. ‘빌리’ 이미지가 오버랩되면서 의심이 더한다. 점장 양씨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아아… 저 동성애자 아닙니다. 이성 애인도 있는 걸요.” 그런데 왜 빌리 이미지를 내건 걸까. “빌리가 성인영화배우인 것은 사실이에요. 그래도 한국과 일본 인터넷 상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고, 결정적으로 언젠가 일본을 방문한 빌리가 대범하게 자신의 초상권과 관련한 권리는 패러디 문화 진작을 위해 포기한다고 선언해서….” 초상권 침해 우려가 없어서라는 것이다. 조금 이해는 덜 가지만 일단 넘어가자.
결정적 질문. 프랜차이즈 가게에서 본사 허락 없이 이런 콘셉트를 써도 되는 걸까. “그게… 망했어요. 본사가. 정확한 경위는 모르지만 본사 행방이 묘연한 상태입니다.” 인터넷에 남아있는 본사 프랜차이즈의 흔적을 보니 원래 동티모르 커피를 수입해다가 파는, 일종의 공정무역 비슷한 커피를 파는 체인점이었다. 그러니까 존슨버거 판매는 일종의 자구책이다. “사실 커피전문점을 하기엔 가게 위치가 좋은 편이 아니에요. 사실 저희 둘 다 원래 초콜릿 관련해서 일했던 사람들이거든요.” 그러고 보니 ‘방문후기’에 매장 내에 붙어 있던 ‘수제 초콜릿 취미반 모집’이라는 안내문이 기억난다. 웃자고 만든 간판이지만 알고 보니 조금 꿀꿀한 ‘사연’이 있었다. 21㎝짜리 존슨 버거가 2000원. 이 정도면 싸다. ‘후기’를 올린 누리꾼에 따르면 맛도 그럭저럭 괜찮다고 한다. 강남구 개포동에 갈 일 있으면 ‘센티모르 개포점’에 한 번쯤 들러 보시기를. 본의 아니게 광고글이 되어버렸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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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