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넷]‘서울 터미네이터’ 사진 괴담의 진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주변엔 아무도 없다. 꽤 먼 거리라 잘 보이진 않지만 몸짓만으로는 뭔가 괴로운 일이 있는 듯했다.

‘서울 터미네이터’라는 이름의 사진이 SNS를 통해 돈 것은 지난 여름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터미네이터라는 이름이 붙은 건 영화 ‘터미네이터’를 본 사람은 안다. 2029년의 미래에서 온 전투로봇 T-800, 다시 말해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천둥 번개 속에 벌거벗고 쪼그린 상태로 1984년의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나타난다. 처음 사진이 나오고 ‘서울 터미네이터’라는 별명이 붙을 때만 하더라도 사진을 대하는 누리꾼의 반응은 화기애애했다.

‘서울 터미네이터’라는 별명이 붙은 사진. 지난 여름 무렵 찍힌 것으로 추정된다.

그 뒤 3개월. ‘서울터미네이터’에 대한 소문은 점차 이상한 방향으로 진화했다. 간단히 말해, 술에 취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 납치해 장기매매한 뒤 버린 사진이라는 것이다. 농담이 괴담으로 발전한 것이다. 사실일까. 사진이 찍힌 장소가 어디라는 것을 규명하는 것은 쉽다. 바로 뒤에 약국 이름이 나온다.

요즘 포털들이 제공하는 인터넷지도에 상호명을 검색하면, 주소뿐 아니라 전화번호까지 나온다. 게다가 디지털사진은 exif 정보라는 것이 있다. 포토숍이나 이미지파일뷰어 등을 활용하면 사진의 메타데이터, 즉 카메라 제조사나 모델, 찍힌 날짜 등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아직 인터넷에 남아 있는 ‘서울 터미네이터’엔 exif 정보가 삭제되어 있다. 이건, 정말 이 사진이 범죄와 연관되어 있어서일까.

그런 것 같진 않다. 인터넷에서 돌고돌다 보면, 저 정보는 날아가기 십상이다. 약국 이름으로 검색해봤다. 서울 상수동이다. 약국에 전화해봤다. “그런 사진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그런데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습니다. 아직도 그 사진을 직접 보진 못했네요.” 약국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여름 무렵부터 ‘손님들’로부터 그런 사진이 있다는 것은 들었지만, 주변 상인이나 동네 사람들이 그 사진 속 사건을 목격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은 없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추적 방법이 있다. 관할 경찰서에 문의하는 것이다. 상수동의 관할경찰서는 마포서다. 마포서 형사과에 문의했다. “글쎄요. 만약 장기적출이라면 정말 큰 사건인데, 제가 부임한 올해 7월 이후에 그런 사건이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는데요.” 그런데 만약 단순 ‘주취난동’이라면 해당 지구대에서 처리하고 끝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지구대는 서강지구대다. 반응은 비슷했다. “기자님 말씀을 듣고 사진은 봤는데 실제 그 사람이 다른 데서 있다가 왔을 수도 있고, 신고가 되었는지 여부도 알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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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단순 주취자의 경우 건강상 문제가 없으면 보호자와 연락을 취해 인계하는 게 대부분이다. 계속되는 경찰관의 말. “만약 다른 사람에게 해코지를 했다든가 해서 처벌을 원한다면 기록이 남겠지만….” 딱히 기록도 남아 있지 않다는 말이다. 아쉽게도 ‘서울 터미네이터’와 관련한 진실규명 노력은 여기서 벽에 부닥쳤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적어도 장기매매당한 남자 사진은 아닌 듯하니, 사진 속 주인공의 안위문제에 대해서는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