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줌인]흑두루미는 지금 에너지 보충 중

풍요로움으로 가득하던 천수만의 알곡을 야박하리만큼 알뜰하게 거두어 간 들녘으로 검은 흑두루미들이 찾아오고 있다. 흑두루미들은 시베리아와 우수리 강에서 번식한 새끼들을 데리고, 그곳의 혹독한 겨울을 피해 우리나라 천수만과 순천만 등으로 돌아온다. 매년 이맘때면 천연기념물 제228호 흑두루미들이 많게는 2000여 마리나 천수만 들녘과 담수호에 모여든다.

천수만에 도착한 흑두루미 무리들이 들판 상공을 날아다니고 있다.

천수만에 도착한 흑두루미들은 긴 여정의 날갯짓으로 지쳐 있는 근육의 피로를 풀며 다음 기착지로 가기 위해 부지런히 채식활동으로 에너지를 보충하며 휴식을 취한다.

이들 중 일부는 한겨울을 우리나라 천수만과 순천만에서 보내고, 많은 무리가 일본 이즈미에서 월동하기 위해 비행에 나선다.천수만에는 흑두루미들이 채식할 수 있는 광활한 들녘과 큰 담수호가 있어 오고가는 비행 중에 에너지를 채우며 쉬어가기 좋은 중간 기착지이다.

논으로 먹이를 찾아나선 흑두루미들이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낮이면 들판과 담수호를 번갈아 오고가며 먹이활동을 하는가 하면, 물도 마시며 목욕으로 깃털을 관리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들은 들판에서 낙곡을 찾아먹거나 벼, 포기 뿌리 등을 뽑아먹기도 하고, 강이나 호수에서 단백질이 풍부한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무리별로 흩어져 활동하던 녀석들이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 약속이라도 한 듯이 담수호 가운데 잠자리로 끼룩끼룩 소리를 내며 모여든다. 담수호 물 가운데는 야행성 삵과 같은 천적들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최고의 잠자리다.

서산시의 김신환 동물병원 원장이 어둠 속 천수만 들녘에서 와일드인코리아 박웅 대표와 함께 흑두루미에게 먹이를 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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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천수만 들녘이지만 많은 기러기들이 모여들면서 몸집이 큰 흑두루미들에게는 먹이가 부족하기도 하다. 그래서 매년 서산시의 김신환 동물병원 원장은 여러 단체로부터 흑두루미들의 먹이를 후원받아 추위도 잊어가며 아침저녁으로 들녘에 먹이를 뿌려주고 있다. 순천만이나 일본의 이즈미로 가야 할 흑두루미들이 천수만에서 충분한 먹이를 먹지 못한 상태에서 비행하다가 중간에 탈진하는 사고를 막기 위함이다. 이렇게 뿌려주는 곡물은 1년에 18톤에 이른다. 흑두루미들은 해빙기가 되는 3월이면 일본에서 월동을 마치고 다시 우리나라 순천만으로 날아온다. 그리고 이곳에서 월동하던 무리들과 합류해 천수만과 강화도와 파주 들녘을 거쳐 먹이활동을 하며 시베리아로 북상한다.

이재흥 <생태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