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사람]신촌대학 섹스학과 개설한 이대제씨…대체 무엇을 가르치는 곳인고

이대제씨 제공

장발의 남성이 나타났다. 이대제씨(34). 다부진 몸매가 눈에 들어온다. 신촌대학교라는 대안교육과정이 있다. 신촌대학은 ‘누구나 배울 수 있고, 무엇이든지 가르칠 수 있습니다’를 모토로 하고 있다. 올 여름 계절학기 학사과정을 살펴보다 한 개설과목이 유난히 눈에 밟힌다. 섹스학과. 토요일 저녁에 개설된 과목이다. 학과장을 맡고 있는 이가 이씨다.

무엇을 공부하는 걸까. 신촌대학교의 커리큘럼에는 이렇게 부연돼 있다. ‘섹스는 우주의 시작, 오르가슴은 민주주의의 시작!’ 섹스가 우주의 시작이라고? 오르가슴과 민주주의? 난해하다.

“신촌대학 개설과목을 보면 ‘소셜아트’라는 과목이 있어요. 그 과목을 개설한 친구가 홍승희라고 하는 20대 여성인데,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벽에 전단을 붙이는 퍼포먼스를 하다가 경찰에 연행됐습니다. 벌금형을 받았어요. 그 벌금을 어떻게 하지, 라고 주위에서 걱정했는데 크라우드 펀딩이라고 있죠? 그걸로 모아 다 냈어요. 제가 주목하고 매력을 느꼈던 부분은 20대 여성이 사회에 대한 의견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 친구가 SNS에 올리는 글을 계속 리트윗했죠. 그 친구의 권유로 저도 신촌대학에 과목을 개설하게 됐습니다.” ‘오르가슴이 민주주의의 시작’이라는 것을 설명하던 중 나온 말이다. “불감증의 반대가 오르가슴이죠. 사회의 문제에 대해 ‘반응’하는 것도 같은 메커니즘입니다. 오르가슴을 느끼는 것,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섹스학과의 강의는 남녀가 같이 들어야 하지만 타깃층은 여성이다. 비록 수강생 10명 가운데 8명이 남성이지만. 섹스 정보를 상대적으로 많이 알고 있는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은 거의 무지하거나 관심을 보이는 행위 자체를 억압하고 있다고 이씨는 주장한다. 그 ‘억압’이 사회적이기 때문에 저항하고 깨는 것이 강의의 목표라는 것이다. “사실, 강의는 여성 중심으로 쏠려 있어요. 여성우월주의라고 할까.”

섹스에서는 여성이 우월하다고 했지만, 사회구조는 남성우월주의, 가부장제 사회가 아닌가. 막연하게 연상되는 이 사회의 야만성은 청소년 남학교 시절, 교실 뒤편에서 인기 있는 소재였던 ‘성 경험담’ 이야기들이다. “따먹었다는 것도 그래요. 구조적으로 여자가 따먹는 것이 맞죠. 남자가 열매라면 여자의 아래 입이 삼키는 것이 아닙니까.” 음담패설처럼 들릴 수 있는 이야기인데도 이씨는 시종일관 진지했다.

주목! 이 사람

계속 드는 궁금증. 섹스학과의 강의는, 그러니까 ‘실전’도 포함되는 걸까. “실습은 각자 하는 것입니다. 수업도 저와 손 한 번 안 잡고 하는 건데요.” 이씨는 남성들도 섹스에 대한 지식을 교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섹스에 대한 지식을 처음 얻는 곳이 어디일까요. 야동입니다. 그런데 이건 자본주의의 시각독재입니다. 섹스는 다섯 가지 채널로 소통입니다. 후미시촉청(嗅味視觸聽). 그런데 야동은 시각으로만 협소해진 것이니 제대로 된 섹스라고 할 수 없죠. 다른 네 채널의 중요성을 가르칩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섹스와는 완벽하게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이죠.” 강의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조금은 알 듯도 싶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