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잭 더 자이언트 킬러 - 콩나무는 인간을 이롭게 할까

잭은 홀어머니와 함께 살며 소를 키우고 있다. 소를 팔러 가던 중 노인을 만나게 되는데 ‘마법의 콩’이라는 데 혹해 소와 바꾼다. 어머니는 화가 나서 콩을 창밖으로 던지는데 다음날 일어나보니 콩나무가 하늘까지 자라 있다. 잭은 콩나무를 타고 올라가 하늘나라에 있는 거인의 집에서 금화와 황금 알을 낳는 닭, 연주하는 하프 등 진귀한 보물들을 훔쳐 내려온다. 거인이 쫓아오지만 잭은 콩나무를 벤다. 거인이 떨어져 죽는다. 영국 민화에 나오는 <잭과 콩나무> 줄거리다. 동화와 영화가 만난다면 어떤 작품이 나올까.

<잭 더 자이언트 킬러>(2013)는 <잭과 콩나무>에 상상력을 덧칠해 만든 영화다. <엑스맨>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랜 옛날 에릭왕이 살던 시절 거인들과 전쟁을 벌여 승리했다. 한 거인의 심장을 녹여 만든 왕관을 쓰면 모든 거인들은 복종을 하게 된다. 이후 거인들은 하늘 높은 곳 ‘간투아’라는 땅에서 살고 있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비바람치는 밤, 브람웰 왕의 딸 이자벨(엘리너 톰린슨 분) 공주는 모험을 찾아 나왔다 우연히 잭의 집에 들른다. 물에 젖은 콩에서 나온 콩나무가 갑자기 하늘로 치솟고 이자벨 공주가 하늘로 끌려올라간다. 왕은 공주를 지상으로 데려올 것을 휘하에 명한다. 간투아에는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지상세계와 간투아를 잇는 다리는 콩나무다. <잭과 콩나무> 원작에는 금은보화가 있는 땅이다. 시작은 한줌의 콩이다. 이를 금융에 비유해보자. 콩은 시드머니(종잣돈)다. 큰 수익을 남길 수 있는 콩나무는 레버리지(지렛대)가 된다.

레버리지 효과란 차입금을 빌려 투자금 규모를 키운 뒤 수익률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자신이 투자한 돈 대비 수익이 많아져 자기자본이익률이 높아진다.

차입금이 지렛대 역할을 한다고 해서 ‘레버리지 효과’란 명칭이 붙었다. 예를 들어 투자금 10억원을 몽땅 자신이 조달해서 투자해 1억원의 순익을 남겼다 치자. 자기자본이익률(순이익/자기자본×100)은 10%다. 그런데 투자금 10억원이 자기자본 5억원, 은행으로부터 차입한 돈 5억원이라고 하자. 순익은 같은 1억원을 남겼다. 이러면 자기자본이익률은 (1/5)×100, 즉 20%가 된다. 남의 돈을 차입한 덕에 자기자본이익률이 높아졌다. 부동산이나 증시 투자에도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돈을 차입해 레버리지 투자를 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물론 남의 돈을 빌리는 만큼 레버리지 효과는 위험도도 크다. 차입투자는 기본적으로 큰 수익이 난다는 전제에서 시작할 수 있다. 최소한 대출이자 이상의 수익이 나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다면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만약 10억원을 투자해 1억원의 손실이 났다고 가정해보자. 10억원 전부가 자기자본이라면 손실률은 10%다. 하지만 5억원 자기자본, 5억원 차입금이라면 손실률은 20%가 된다. 여기다가 이자까지 내야 한다. 부동산 등을 담보로 5억원을 빌렸다면 담보도 뺏길 수 있다. 순식간에 빈털터리가 될 수 있다. 은행에서 대출을 해 집을 산 하우스푸어에 대해 정부가 걱정하는 것도 바로 이점이다. 자기돈으로 집을 산 사람은 집이라도 남지만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산 사람은 집을 잃을 수 있다.

영화 속 경제

지상과 칸투아를 잇는 콩나무도 마찬가지다. 인간세상에 거인을 불러들였다. 착한 거인이라면 인간들을 행복하게 해줄 것이다. 하지만 악한 거인이라면 인간의 모든 것을 빼앗아갈 수 있다. 브람웰 왕도 이 점을 걱정했을는지 모른다. 인간과의 전쟁, 즉 이웃나라와 싸워 지면 왕조는 몰락해도 백성은 살아남지만, 거인과의 싸움에서 지면 백성들조차도 남지 않는다. 거인이 땅에 내려오기 전에 콩나무를 자르라고 한 왕의 명령에는 이런 고민이 숨어 있었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