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누가 중산층을 파괴하고 있는가

저자 톰 하트만은 미국의 진보성향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다. 그는 <중산층은 응답하라>에서 “오늘날의 미국에서는 중산층의 미래가 걸린 전투가 벌어지는 중”이라고 단정한다.

왜 그런가? 미국 전역에서 중산층으로부터 밀려난 이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950년대에 직장생활을 시작해 자식 넷을 모두 교육시키고 노후에 충분한 연금까지 받았던 그의 아버지 세대와는 달리, 지금 미국에서는 “하루 종일 직장에서 시달리고 부업에까지 손을 대건만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 자기 집을 살 수 없는 사람, 자식을 대학에 보낼 여력이 없는 사람”이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중산층은 응답하라> 톰 하트만 지음·한상연 옮김 부키·1만4800원

중산층의 존재가 민주주의의 기반이자 귀결이라고 생각하는 그에게 중산층의 쇠락, 다시 말해 부자와 빈자의 양극화는 미국 민주주의의 쇠락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렇다면 누가 미국의 중산층과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는가. 저자는 ‘포식자형 보수’와 ‘확신형 보수’가 주범이라고 지목한다. 포식자형 보수는 “한마디로 탐욕으로 똘똘 뭉친 세력”이다. 이들은 온갖 그럴 듯한 논리와 철학으로 자신들 탐욕을 미화하지만 이들이 하는 짓이란 사회의 공동자산을 훔쳐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약탈행위에 불과하다. ‘확신형 보수’는 자유지상주의자들이다.

이들은 정부는 악이라고, 그러니 정부가 사라지면 만사형통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의 다른 이름은 ‘자유시장주의자’다. 저자는 포식자형 보수와 확신형 보수의 강고한 ‘사이비 보수’ 동맹이 기업을 지배하는 세상을 만들었고, 그 결과 이윤 중심의 기업가치가 미국의 전통적 가치인 민주주의를 잡아먹었다고 본다.

저자는 이 같은 관점을 밑그림으로 깔고 그 위에서 보수 동맹이 미국 사회를 어떻게 서서히 망가뜨려 왔는지를 교육, 사회복지, 인권, 전쟁, 노동의 영역에서 상세하게 살핀다. 대안은 있을까. 저자가 내놓는 ‘중산층 부활 프로젝트’의 첫걸음은 정치개혁이다. 그는 무기력에 빠진 민주당을 혁신하고, 한때 명예로운 보수의 가치를 추구했던 공화당을 ‘사이비 보수’로부터 탈환하며, 제3당이 나타날 수 있도록 승자 독식제의 미국 선거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신간 탐색

이 책의 영어판이 출간된 것이 2006년이므로, 그가 말하는 ‘오늘날’은 부시 행정부 시기 미국을 말할 터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미국에서는 올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복지 축소와 감세를 주장하는 공화당 후보 미트 롬니와 복지 강화와 증세를 주장하는 민주당 현직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책의 문제의식이 2012년에도 유효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은 어떤 선택을 할까.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