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런처, 또 하나의 플랫폼 경쟁

모바일 플랫폼 비즈니스의 경쟁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모바일 운영체제는 가장 본질적인 모바일 플랫폼이다.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사용자들을 매개해주고 거래를 창출해 수익을 올리기 때문이다.

페이스북과 같은 SNS나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과 같은 메신저의 경우 시작은 일개 서비스에 불과했다. 하지만 강력한 킬러 기능을 바탕으로 엄청난 사용자와 트래픽을 확보했고,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 플랫폼’의 형태로 사업이 확장해 나가고 있는 상태다. 이들 서비스는 단순히 소셜 네트워크나 메신저 기능에 머무르지 않고 그 위에 커머스, 게임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얹어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의 운영사인 카카오의 경우 지난 4월 카카오페이지라는 디지털 콘텐츠 마켓을 오픈해 콘텐츠 거래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페이스북이 출시한 ‘페이스북 홈’ 런처의 구동화면. | 페이스북

페이스북은 지난 4월 일종의 런처(launcher)인 ‘페이스북 홈’을 출시했다. 런처는 앱 형태로 제공되는데 이를 설치하면 스마트폰의 잠금화면과 홈화면 등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기본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바꿀 수 있다. 지난 수년간 페이스북폰에 대한 많은 루머가 있었지만 페이스북은 전용 하드웨어를 출시하는 대신 스마트폰의 런처를 통해 제조사에 상관없이 페이스북폰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현재는 일부 스마트폰만 지원 중).

런처는 앱 형태로 제공되지만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교체한다는 점에서 다른 앱과는 그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페이스북 홈을 설치하게 되면 스마트폰의 화면을 켤 때 기존의 잠금화면이 아니라 페이스북 친구들이 올린 사진과 글이 나타나게 된다. 관련 콘텐츠를 보면서 바로 ‘좋아요’를 하거나 댓글을 작성하고 공유할 수도 있다. 그 외에도 페이스북 메신저를 즉시 이용할 수 있는 등 스마트폰의 여러 기능을 페이스북과 긴밀히 결합해 제공한다.

페이스북 홈은 출시 10일 만에 다운로드 50만건을 달성했으나 사용자들의 초기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무엇보다 디자인에 대한 불만이 많고 페이스북 이용에만 최적화돼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데 오히려 불편하다는 의견도 많다. 향후 페이스북 홈이 어떻게 개선되는가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에 있어서도 큰 차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운영체제를 갖고 있지 않은 인터넷 기업에 런처는 운영체제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서도 주요 인터넷 기업들이 본격적인 런처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상태다. NHN이 만든 ‘도돌런처’는 출시 2주 만에 5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버즈피아의 ‘버즈런처’에 투자했다. 카카오도 곧 런처를 출시할 예정인데 카카오의 런처는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와 긴밀하게 연동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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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처는 또 하나의 플랫폼이다. 현재 런처는 스마트폰의 기본화면을 바꾸고 폰을 예쁘게 꾸미는 데 이용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향후 런처는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기능과 좀 더 긴밀히 연동되고 커머스 및 게임 등 수익을 발생시키는 서비스들과 통합됨으로써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사용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또 하나의 플랫폼 경쟁이 막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http://peopleware.kr)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