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아시아인]베트남의 대명사 ‘아오자이와 논’

여성미 물씬 나는 전통의상 여전히 애용… 야자수 원뿔형 모자 농촌서 즐겨 써

논을 짜고 있는 어린 학생들.

이번 설에도 그랬지만 갈수록 명절 때 한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줄어든다. 국내에선 한복집이 폐업하고 해외에선 한복 패션이 유행한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 한복과 달리 베트남의 전통의상인 아오자이(Ao Dai)는 현재까지도 꾸준히 사랑받는 베트남인들의 전통의상이다.

아오자이를 입은 베트남 여성을 처음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가냘픈 허리, 봉긋 솟아오른 가슴, 움직일 때마다 보이는 속살. 베트남 전통 의상인 아오자이를 입은 베트남 여성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베트남에서 아오자이는 미의 상징이며, 베트남 문학의 소재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오자이의 기원은 대강 이러하다. 북부 베트남, 즉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이 지역에서 중국 전통 옷을 즐겨 입었다. 그러나 기후가 덥고 문화가 다른 베트남에서 어떤 화가가 베트남에 맞는 여성의 옷을 디자인했던 게 바로 아오자이다. 중국 전통 옷은 4재단 판으로 이루어졌으나 아오자이는 앞, 뒤 2재단 판으로 여성의 몸매의 유연함과 자연스러움을 더했다. 베트남 여성들은 키는 크지 않지만 몸매는 날씬하여 대부분의 여성이 몸에 달라붙는 아오자이가 잘 어울린다. 물론 한국 여성이 아오자이를 입으면 그렇지 못할 것이다.

자전거 탄 아오자이 여고생 풍경

흰색 아오자이는 여자 고등학교 교복이다. 여학생의 순수함이 이들이 입은 순백의 아오자이로 대변되고 있다. 하얀 아오자이를 입고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 학생들의 물결을 마주치면 나도 모르게 길을 멈추고 쳐다보게 된다. 부잣집 학생들은 비단 아오자이를 입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가격이 저렴한 나일론 재질의 아오자이를 입는다.

은행, 우체국, 학교, 관공서에서 일하는 베트남 여성은 반드시 아오자이를 입어야 한다. 아오자이는 어떤 모임에 참석해도 무난한 옷이며 유행을 타지 않는다. 결혼식에 참가할 때는 대부분 여성이 아오자이를 입는다. TV 아나운서가 아오자이를 입고 출연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한복과 달리 베트남의 아오자이는 일상복이다. 보통 베트남 여성들은 몇 벌의 아오자이를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은 수 십 벌을 갖고 있다.

아오자이는 여자고등학생 교복으로 입을만큼 사랑을 받고 있다.

아오자이를 이야기하면 떠오르는 게 논(Non)이다. 논은 베트남 전통 여성 모자이다. 베트남은 뜨거운 햇빛 때문에 다양한 모자가 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일반 모자에서부터 도시 여성들이 많이 쓰는 밀짚모자(Mu Kieu: 무끼에우), 하노이 남성들이 사용하는 카카오 색 모자(Mu Cuong: 무끄응), 삼각형인 베트남 전통모자 논(Non) 등이 있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것이 논이다.

논(Non)은 원뿔형 모자로 햇빛을 가리고 비를 피하는데 사용하는 베트남 전통 모자이다. 논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콰이타오(Quai Thao)라 불리는 원통형의 커다란 모자와 원뿔형의 작은 논이 있다. 전자는 주로 전통무용, 연극 공연에서 볼 수 있으며 실제 생활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반면 논은 일상생활에서 빈번히 사용된다.

논의 주재료는 야자수 잎이다. 싱싱한 야자수 잎을 말리면 흰 아이보리색으로 변하는데, 이를 두 층으로 엮어서 만든다. 오래된 야자수 잎으로는 논을 만들지 못한다. 논 내부에는 견고성을 더하기 위해 대나무 뼈대가 들어간다. 야자수 잎과 대나무 뼈대를 엮는 작업을 참논(Cham Non)이라 하며 가장 손이 많이 가는 부분이다. 참논 작업 후 실로 깁는 작업을 하면 끝이 난다. 이 후 논 내부에는 색실로 그림이나 글을 떠서 장식하며 간혹 시구를 뜨기도 하는데 이 논은 논바이터(Non bai tho)라 한다. 이는 직역하면 ‘시구가 있는 논’이란 뜻이나 원 뜻은 ‘논을 쓴 여성을 보면 시구가 절로 나온다’이다. 어떤 논 안에는 조그마한 거울이 달려 있다. 더운 날씨에 논을 벗어 부채로 사용하고 동네 우물가에서는 바가지 대용으로 논에 물을 담아 마시거나, 얼굴, 발을 씻기도 한다. 베트남에서 논을 가장 인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곳은 재래 장터이다. 모든 여성이 논을 쓰고 시장에 빽빽이 들어찬 광경을 멀리서 바라보면 한 폭의 그림과 같다.

“논을 쓴 여성은 시구가 절로 나온다”

아시아 아시아인

최근 대도시에서는 논을 쓰고 다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 특히 오토바이를 타고 갈 때는 대부분 밀짚으로 예쁘게 짠 모자를 쓴다. 그러나 농촌에서는 논을 흔히 볼 수 있다. 농촌에서는 일할 때는 남자들도 어린 아이들도 논을 즐겨 쓴다.
베트남의 푸토(Phu Tho) 지방이나 탄호아(Thanh Hoa) 지방은 야자수가 많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논은 하박(Ha Bac) 지방 주옹(Chuong) 마을에서 만든 것이 가장 유명하다. 또한 광빈(Quang Binh)과 후에(Hue) 지방의 논은 선물용으로 최고다. 베트남을 여행할 기회가 있는 여성은 아오자이 한 벌과 논을 기념품으로 사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권원옥 한국전자통신연구원(ERI)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