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정산할 것이 많은 ‘MB시대’

B2E

제목 MB의 추억

감독 김재환

등장인물 이명박, 정동영, 이회창, 유인촌, 전여옥, 허경영

제작 B2E

배급 스튜디오 느림보

내레이션 안석환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65분

개봉일 10월 18일

지금이 정산할 땐가 싶었다. 「MB의 추억」에 붙은 부제는 ‘정산 다큐멘터리’다. 거의 식물상태이지만 아직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그분’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그때그때 정산했어야 했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가 집중적으로 다루는 시기는 ‘그분’이 아직 후보시절이다. 그게 2007년도 가을에서 겨울을 넘어가는 시기이니까 시기적으로는 지금이 정산하는 때가 맞긴 맞는 것 같다. 영화는 ‘그분’이 장도(長刀)를 빼드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이거 비유적인 표현 아니다. 실제 선거유세장에서 그는 긴 칼을 빼드는 퍼포먼스를 했다.

영화를 보다 보면 그때는 몰랐던 ‘디테일’이 눈에 들어온다. MB의 문화부 장관이었던 유인촌씨가 지원유세를 하는 태도가 특이하다.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보기에 따라선 ‘거만한 태도’로 MB 지지를 역설하고 있다.

유씨는 “찍지마 씨…”라는 발언 논란 전후에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걸어 나오는 사진으로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기억이 정확하다면 두 사람이 한 우산을 쓰고 있는데, 우산을 씌워주는 쪽은 장관이 아니었다.

선거유세에서 ‘MB스타일’도 그땐 몰랐다. 일단 주위를 둘러본다. 주위에 불 꺼진 점포나 ‘임대 011-XXX-XXXX’와 같은 종이가 붙은 빈 가게 자리가 있으면 단골 소재가 된다. “저거 보세요. 문 닫는 가게. 서민을 위한다고 했던 정부가 과연 무엇을 했습니까. 왜 서민들의 삶은 더 힘들어졌습니까.”

‘내가 해봐서 아는데’의 디테일도 드러난다. 재래시장에 가서는 “내가 시장에서 일해봤는데…”이고 환경미화원, 노동자… 차례차례 그분은 다 해보셨다. 아, 안 해 봤다는 거 아니다. 자서전 등을 보면 한 거 맞다. 그런데 디테일은 이런 것이다. 일일 풀빵장사에 나선 그분, ‘장사란 이렇게 하는 것’이라며 수행원에게 풀빵 한 봉지에 1000원씩 판다. 그런데 직접 만드는 솜씨가 영 시원찮다. 풀빵의 고물이 다 새어나오고, 모양이 뭉개졌다. 그래도 대충대충 봉지에 담기만 하면 팔려나간다. 군대를 방문한 그분께 사병들이 노래를 한 곡 바치겠노라고 한다. 박수라도 쳐주면 좋으련만, ‘그분’께선 묵묵부답이다. 식판의 밥에만 열중하고 있다. 조금 무안하게 사병들이 노래를 시작한다.

“숨 막히는 고통도 뼈를 깎는 고통도 승리의 순간까지 버티고 버텨라….” 군가 <최후의 5분>이다. 그런데 더 무안하게도 ‘그분’께선 노래를 모르는 눈치다. 새삼스럽게 ‘그분’의 병력이 떠오른다. 확장성 기관지염이던가.

영화는 “우리가 강제한 게 아니야. 그들이 우리에게 위임했지. 그리고 그들은 지금 그 대가를 치르는 거야”라는 히틀러의 선전상 괴벨스의 말을 인용한다. 어떻게 보면 지독한 냉소다. ‘그분’이 당선되면 서민들을 부자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인터뷰하던 그 유세장의 시민들은, 지금은 다 어떤 생각을 할까. 남 탓 할 일이 아니다. 지난 5년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우리’라고 영화는 말한다.

터치스크린

영화는 2007년에서 2008년 촛불시위 당시 명박산성과 6·10대회 장면만 보여주고 2012년으로 건너뛴다. 빈 구석이 많다. 그 사이, 많은 일 있었다. 용산참사, 미네르바 구속, 김종익씨 민간인 사찰, G20 쥐그림 사건…. 정산해야할 ‘MB의 추억’은 너무도 많다. ‘MB시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코미디인 박정근 국가보안법 구속사건도 현재진행형이다. 정산을 해야 할 사람은, 다른 누가 아닌 이 ‘시대’를 만들어낸 ‘우리’라고 영화는 역설하고 있다. 엔딩 크레딧에 등장한 전여옥 전 의원은 2007년 유세 때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지난번에 한 번 속으셨는데 이번에 두 번째 속으시겠습니까? 한 번 속으면 속인 사람이 나쁜 놈입니다. 그러나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입니다!” 지당한 말씀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