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이, 패블릿

폰(Phone)과 태블릿(Tablet)의 합성어인 패블릿은 스마트폰의 기능을 갖추고 있으면서 태블릿처럼 화면이 큰 스마트폰을 말한다. 대략 5인치에서 6인치급의 스마트폰을 가리켜(일부에서는 4.6~5.5인치) 패블릿이라 부른다. 2012년 2월 MWC에서 삼성전자의 5.3인치 갤럭시 노트가 발표되고 1000만대 이상 판매되면서 패블릿 시장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출시된 5.5인치 갤럭시 노트2는 출시 2개월 만에 500만대가 판매되었다. 패블릿 시장이 주목받으면서 LG전자는 옵티머스 뷰를 출시했고, HTC와 화웨이 등 스마트폰 제조사에서도 5인치 이상 크기의 패블릿을 출시하고 있다.

처음 패블릿이 출시될 때(DELL이 2010년 출시)만 해도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지만 점차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자칫 스마트폰보다 휴대하기 불편하고, 7인치 이상의 태블릿보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으며 동물과 새 어디에도 끼지 못한 이솝우화의 박쥐처럼 외면받는 신세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화려한 백조로 거듭난 패블릿의 인기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대표적인 패블릿 기기인 삼성 갤럭시 노트2(왼쪽)와 LG 옵티머스 뷰2. | 삼성전자, LG전자 제공

① PC를 대체하는 대화면의 필요성 스마트폰 사용이 늘면서 점차 PC를 켜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PC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인터넷 작업을 스마트폰으로 더 빠르게 할 수 있다보니 컴퓨터를 켤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런 습관이 이어지다보니 3~4인치의 스마트폰 화면은 아무래도 19인치의 넓은 PC의 작업 공간에 비해 비좁을 수밖에 없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영화나 TV를 보거나 블로그, 뉴스 등의 즐겨보는 인터넷 사이트를 서핑할 때 3~4인치 화면은 답답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미 침대, 거실 소파 등에서 익숙하게 스마트폰을 이용하던 습관을 버리고 다시 책상 위 19인치 모니터와 마우스를 이용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이왕 사는 스마트폰의 화면을 한 손에 쥘 수 있는 최대 크기인 5~6인치 정도로 늘려 태블릿처럼 큰 화면을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② 비즈니스에 최적화한 기능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효율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업에서는 사무용 기기로 PC, 노트북 등을 지급해 왔다. 그런데 스피드 경영 시대엔 보다 빠른 의사결정과 현장 중심의 정보 획득을 위한 회사 외부 활동이 많아지고 있다. 휴대가 편하고 이동 중에도 컴퓨팅과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기동성 높은 컴퓨팅 기기가 필요해지자 최근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지급해 스마트워크를 꾀하는 회사가 늘었다. 개인에게 여러 대의 단말기를 지급하는 것은 비용이나 관리의 효율성 및 보안상의 이유로 번거로움이 많기 때문에 태블릿을 부분 대체 가능한 패블릿 지원이 는 것이다. 또 패블릿은 스마트폰과 달리 화면이 커서 메모, 회의록 작성, 문서 열기와 편집 등의 업무를 위한 기능이 특화해 직장인들에게 안성맞춤이다.

③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스타일러스 펜 패블릿이 단순히 스마트폰의 화면을 조금 키운 정도에 불과했다면 지금과 같은 주목은 받지 못했을 것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이에서 명확한 포지셔닝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스타일러스 펜 덕분이다. PC는 마우스, 노트북은 터치패드, 스마트폰은 터치가 입력장치인 것처럼 패블릿은 스타일러스 펜이 입력장치다. 펜을 이용해 손가락으로 섬세하게 조작하기 어려운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고유한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점차 펜을 이용할 수 있는 전문 앱들이 제공되면서 패블릿은 스마트폰과는 다른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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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이도 저도 아닐 수 있었던 패블릿이 명확한 자기 영역을 개척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사이에서 고유의 특징과 장점을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10대 청소년과 20대 여성, 40대 이상의 비즈니스맨들이 패블릿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이들 대상의 차별화한 서비스 성장도 기대된다.

김지현 <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겸직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