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연구]전 월간조선 대표 조갑제

기자에서 이념가로, 맹렬한 입담의 극우 논객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의 거친 입담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우파 논객으로 자처하는 그가 촛불시위 이후의 정국에 대해 자신의 평소 소신을 전혀 여과하지 않은 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발언의 수위도 그렇지만 그가 구사하는 레토릭(수사법)과 비유가 도를 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우파 진영에선 일단 갈채가 쏟아지고 있지만 내부에서조차 “너무 노골적인 발언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5일 그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 그렇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강력 대응을 주문하며 군 동원을 주장한 데 이어 15일엔 집회에 자녀를 데려가는 부모를 향해 “포르노 영화관에 데려간 격”이라고 비판했다. 가족과 함께 시위에 참여했던 시민들은 “황당하고 몰상식하다”는 반응을 감추지 않고 있다.

“촛불집회 참가자는 정신이상자”
그는 한발 더 나아가 그 발언의 법적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청소년보호법 제25조는 불법과 폭력과 음주와 거짓 선동이 난무하는 지역을 정부가 ‘청소년통행금지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조항을 두고 있다”면서 “광화문 지역을 야간에 ‘청소년 통행 금지(또는 제한) 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또 “미국에서 이런 부모, 이런 교사가 있다면 형사 처벌을 받을 것이다. 이런 부모와 교사들은 ‘어린이에게 영혼 추행’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조씨는 촛불집회 참가자들에 대해 ‘정신이상자들’이라고 독설을 한 데 이어 MBC를 향해 “두고 보자”고 말하는 등 촛불집회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발언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그는 보수 정권의 정신적 보루 역할을 자임하는 한편, 현실 정치, 구체적 인물에 대해서도 직격탄을 날리기도 한다. 오는 7월로 예정된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차기 대표로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과 정몽준 의원도 비난했다. 박 전 부의장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자체에서 국회의원으로 부적격하다고 판단한 인물이 국회의원도 아닌 신분으로 국회의원을 지휘하는 당 대표가 된다는 것은 국회에 대한 모독”이라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조씨는 2004년 월간조선사를 퇴직하고 출판사 ‘조갑제닷컴’과 1999년부터 운영해온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www.chogabje. com)로 활동 영역을 옮겼다. 두 매체를 통해 그는 월간조선에 있을 때보다 훨씬 강도 높게 소위 ‘좌파 정부와 그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거리의 시위에 나서기도 하고, 잦은 강연을 통해 자신의 시국관과 이념을 정력적으로 전파하고 있다.

한때 조씨는 대한민국 최고의 기자였다. 1980년 이후 그가 월간조선에 쓴 심층 탐사보도는 많은 기자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했다. 그의 집요한 근성, 건조하지만 간결한 문체, 풍부한 지식은 수많은 독자를 감동시켰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그가 맹렬한 보수로 돌아서자 많은 독자가 그의 영향권을 이탈했다. 시중에는 “조갑제는 이념가지 더 이상 기자가 아니다”라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1945년 10월 24일 도쿄 북쪽에 있는 사이타마(埼玉) 현에서 태어났다. 위로 누나 셋을 두고 밑으로 여동생과 남동생을 둔 2남 4녀의 장남이다. 1946년 그는 부모를 따라 고향 청송군 안덕면으로 돌아왔다.
부산고를 졸업한 그는 고교 재학 시절 미국과 일본의 프로야구 중계방송에 탐닉했다. 시장에서 구한 단파 라디오로 하루 4~6시간씩 미국과 일본의 프로야구 중계를 들으며 영어와 일어를 익혔다. 그의 탁월한 외국어 능력은 기자 생활 당시 취재 영역을 넓히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해양대나 육사를 지망했지만 그는 낮은 시력 때문에 모두 포기해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대학이 부산수산대(현 부경대)다. 입학 시험 성적이 1위였던 그는 당초 배를 탈 수 있는 어로과에 진학하고 싶어했으나 그 학과 역시 시력 1.0 이상을 요구하는 바람에 통조림 등을 만드는 기술을 배우는 제조학과에 들어갔다.

박정희의 ‘조국근대화’ 논리 천착
군 전역 후 3학년 복학을 포기한 그는 1971년 당시 부산의 최대 일간지 국제신보에 입사했다. 당시 입사 시험 성적도 1위였다. 대학 중퇴자가 수석을 했기 때문에 그는 사내에서 주목을 많이 받았다.

1974년 조씨는 대형 특종을 낚아 올렸다. 당시 그는 공해 문제에 관심이 많아 중금속 오염 실태를 취재해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로 입사 4년차인 만 29세에 한국기자상(7회)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1980년 신군부에 의해 해직됐다. 당시 광주항쟁 취재를 자청했던 것이 주요 동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1981년에는 월간지 ‘마당’에 창간 멤버로 입사했다. ‘마당’은 창간 즉시 좋은 반응을 얻었고, 그는 르포 기사 분야에서 발군의 능력을 발휘했다. 당시 그의 대표적인 기사가 ‘부산 김근하(金根夏)군 유괴 살인 사건의 내막-하느님은 아신다. 그러나 기다리신다’는 기사였다.

조씨는 ‘마당’의 2대 편집장을 지낸 후 1983년 10월 월간조선으로 자리를 옮겼다. 월간조선 기자가 된 후 그는 르포 취재에서 그때까지만 해도 생소한 영역이던 탐사보도 쪽으로 비중을 옮겼다. 특히 10·26사태와 박정희 최후에 관해서는 집중적이고 독보적인 역량을 발휘했다. 그가 박정희 연구에 평생 매달리게 된 것도 10·26 취재가 그의 정치적 감성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가 우파의 논리에 매혹된 것도 박정희의 민족주의적 ‘조국 근대화’ 논리를 깊이 천착하고 이에 경도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박정희를 역대 최고의 대통령으로, 김영삼을 최악의 대통령으로 꼽는다. YS는 지금의 좌파를 키워준 좌파의 숙주(宿主)로 간주한다. 우파이면서 좌파가 활약할 수 있도록 한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인물연구

기자 시절의 조갑제는 종종 일본의 잡지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立花隆)와 비교됐다. 그는 1974년 ‘문예춘추’에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연구-그 금맥과 인맥’을 써서 그해 연말 다나카 총리를 낙마시키고 2년 후 록히드 사건을 터져나오게 한 인물이다.

<한기홍 편집위원 glutton4@naver.com>